2027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올해 대비 3.7% 오른 수치로, 인상률이 3%대를 회복한 것은 2023년 적용분 이후 4년 만입니다. 이번 결정은 생계 보장을 외친 노동계와 지불 능력 한계를 호소한 경영계가 팽팽히 맞선 끝에, 표결이라는 방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4년 만에 회복된 3%대 인상률, 그 배경은?
2027년도 최저임금 1만700원은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380원 높은 금액입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223만6300원이며, 올해보다 7만9420원 늘어납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31일 심의를 요청한 지 105일 만의 결정입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3%대로 올라선 것은 2023년 적용분 5.0% 이후 4년 만입니다. 2024년부터 올해까지는 각각 2.5%, 1.7%, 2.9%로 3년 연속 3%를 밑돌았습니다. 이번 인상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단순히 숫자의 회복에 그치지 않습니다. 3년간 이어진 저인상의 누적 효과가 이번 결정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노동계는 고물가 상황과 생계비를 근거로 올해보다 16.3% 오른 1만20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들이 주요 근거로 내세운 것은 최임위 심의 기초자료인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였습니다. 2025년 기준 비혼 단신근로자의 월 생계비는 275만원으로 논의됐으며, 올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282만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 215만6880원보다 약 66만원 많은 수치입니다. 이 격차는 최저임금이 실질적인 생계 보장 기능을 아직 충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줍니다.
반면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올해와 동일한 시간당 1만32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냈습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본급뿐 아니라 주휴수당과 4대 보험료, 퇴직급여 등 연동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숙박·음식점업 등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은 680원의 간극에서 출발해 여러 차례 수정안을 교환했지만, 제10차 수정안에서도 600원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숫자의 싸움이지만, 그 안에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과 취약 계층 간 이해 충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3%대 인상률의 회복이 반갑게 들리더라도, 노동계의 지적처럼 누적된 고물가를 고려하면 실질 소득의 제자리걸음에 가깝다는 시각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심의촉진구간 설정의 논리와 한계
더 이상 자율적으로 간극을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한 노사 양측의 요청에 따라, 공익위원들은 시간당 1만600원에서 1만860원의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습니다. 인상률로는 2.7%에서 5.25%에 해당하는 범위입니다.
하한선인 2.7%에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반영됐습니다. 상한선인 5.25%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55%와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2.7%를 더해 산출했습니다. 경제성장률 2.55%는 한국은행 전망치 2.6%와 KDI 전망치 2.5%의 평균값입니다.
공익위원들이 이처럼 물가와 성장률이라는 거시경제 지표를 결합한 것은 합리적 근거를 확보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감정적 줄다리기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결정의 정당성을 높이려는 의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같은 날 상향 발표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3.0%는 촉진구간 산정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촉진구간 산정에 활용됐던 취업자 증가율도 올해는 제외됐습니다. 권순원 최임위 위원장은 의결 후 브리핑에서 "정부 전망치는 이날 발표됐기 때문에 이를 다시 논의해 반영하기에는 시간상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심의촉진구간은 당해 연도의 경제적 여건과 사회경제적 변수, 노사가 제출한 수정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한다"며 "상·하한 기준은 매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해명은 절차적 투명성을 설명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심의촉진구간 설정 기준이 매년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어떤 지표를 포함하고 어떤 지표를 제외하느냐에 따라 상·하한선이 달라지고, 결국 최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산식의 객관성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상당한 재량이 개입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는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 갈등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심의촉진구간의 설정 방식을 더 명확하게 법제화하거나 사전에 합의하는 절차가 마련된다면, 과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30원 차이로 갈린 합의, 구조개혁이 필요한 이유
공익위원들은 노동계가 4.4%, 경영계가 3.1%까지 수정안을 좁히자 시간당 1만720원, 3.9% 인상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두 수정안의 중간값은 3.75%였지만, 공익위원들은 이보다 노동계안에 가까운 금액을 택했습니다. 경영계가 4% 이상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만큼, 사용자 측에는 3%대라는 명분을, 노동계에는 금액을 최대한 높여주는 실리를 고려했다는 것이 권순원 위원장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사 모두 이 절충안을 거부했습니다. 노동계는 4.0% 오른 1만730원, 경영계는 3.7% 오른 1만700원을 최종안으로 제출했습니다. 단 30원의 격차가 합의를 가로막은 것입니다. 재적위원 27명 전원이 참여한 표결에서는 사용자안이 15표를 얻어 근로자안 11표를 누르고 채택됐으며, 나머지 1표는 무효였습니다. 지난해에는 노사 합의로 결정됐지만, 올해는 30원의 격차를 남긴 채 다시 표결로 결정됐습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결정 직후 "최근 물가 수준과 체감 생계비 상황을 보면 3.7% 인상은 사실상 동결"이라며 "최저임금의 생계 보장 기능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공익위원들의 산식을 보더라도 마지막에 제안한 합의안은 최종 요구안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3.7% 인상안을 낼 수밖에 없었던 건 수치와 현장의 괴리가 너무 크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너무 힘든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기본급뿐 아니라 주휴수당, 4대 보험료, 퇴직급여 등 연동 비용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경영계의 주장은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서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내년 최저임금이 얼마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매년 반복되는 노사 대립과 표결이라는 결론은, 최저임금 제도 자체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냅니다. 저임금 근로자의 실질 생활 수준을 높이면서도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법은 최저임금 액수 조정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저임금 근로자 대상 사회안전망 강화,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논의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병행되어야만 최저임금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습니다.
2027년도 최저임금 1만700원은 노사 모두에게 완전한 만족을 주지 못한 결정입니다. 그러나 이 결정이 던지는 진짜 과제는 내후년 협상 전략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실제 생계 보장으로 연결하는 구조 개혁입니다. 영세 자영업자 지원 체계 개편과 저임금 근로자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근본적인 논의 없이는, 해마다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뉴시스 / 최저임금 인상률 4년 만에 3%대…1만700원 근거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4068445?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