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변동성 장세를 겪으면서 자산 배분이 왜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는데, 언더스탠딩(3프로TV)에 나온 신환종 고문님 인터뷰를 보니 제가 알던 자산 배분이라는 게 사실은 그냥 '주식 안에서의 분산'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국형 자산 배분이라는 개념이 인상 깊어서 제 나름대로 정리해봅니다.

자산을 '이름'이 아니라 '역할'로 보라
전통적인 자산 배분은 주식·채권·대체자산이라는 '이름' 틀 안에서 비중만 조절하는 방식이었죠. 신환종 고문님은 이 방식 자체가 한계라고 지적하시더군요. 껍데기가 아니라 그 자산이 실제로 하는 '역할(요인)'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한다는 건데, 이게 요즘 글로벌 연기금들이 쓰는 '토털 포트폴리오 접근법(Total Portfolio Approach)'이라고 합니다.
이 방식대로면 자산을 네 가지 역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성장 자산'(S&P 500, 나스닥 100, 국내 반도체 탑10 기업 등),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드는 '인컴 자산'(고배당주, 우량 리츠, 그리고 핵심적으로 브라질 달러 채권), 위기 때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미국 초단기 국채, MMF), 물가 상승기에 자산을 지켜주는 '방어 자산'(금, 부동산 리츠, 물가연동채권)입니다.
이걸 음식에 비유하시더라고요. 점심에 냉면, 저녁에 피자를 먹었다고 기록하는 건 '이름'으로 분류하는 거고, 탄수화물 50%·단백질 10%·지방 30%를 먹었다고 분석하면 다음 끼니에 부족한 영양소를 채울 수 있다는 겁니다. 자산 배분도 똑같아서, 내 포트폴리오에서 성장 역할이 얼마나 되는지, 인컴이 충분한지, 위기 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요인 단위로 점검해야 진짜 자산 배분이라는 거죠. 저는 이 비유 덕분에 왜 '주식 안에서의 분산'이 진짜 분산이 아닌지 확 이해가 됐습니다.
브라질 달러 채권, 한국인만 누리는 비과세 혜택
이 포트폴리오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건 '브라질 달러 채권 30년물'이었습니다. 예전에 많이들 들어봤던 브라질 헤알화 채권이랑은 완전히 다른 상품이라는 점부터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헤알화 채권은 환율 변동이 심해서 어떤 해엔 50% 수익, 어떤 해엔 -40% 손실이 날 정도로 사실상 주식급 변동성을 가진 자산이라 안정적인 축으로 쓰기 어렵다고 합니다.
반면 달러 표시 브라질 채권은 다릅니다. 금리가 미국 국채 금리에 브라질 신용 스프레드(약 220~250bp)를 더해서 결정되는 구조인데, 2025년 기준 미국 10년물 약 4.5%, 30년물 약 5% 수준에서 브라질 달러 채권 30년물은 연 7.1% 이자를 준다고 합니다. 투자자가 지는 리스크는 브라질 정부의 디폴트 리스크뿐이고, 헤알화 환율 변동 손실은 없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여기에 한국 투자자만의 특권이 하나 더 붙습니다. 1990년대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 맺어진 한국-브라질 조세협약에 따라 한국은 브라질 국채 이자소득에 과세하지 않기로 했고, 브라질도 2006년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투자에 세금을 안 걷는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투자자와 달리 한국 투자자만 브라질 국채 이자소득을 완전 비과세로 받을 수 있다는 건데,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구조라니 저도 처음 듣고 신기했습니다.
이게 특히 40~60대 자산가한테 의미가 크다고 합니다. 금융소득이 연 2천만 원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붙고 건강보험료까지 늘어나는데, 브라질 달러 채권 이자는 이 계산에서 아예 빠진다는 거죠. 10억 원을 미국 장기국채 25년물(금리 1.25%)에 넣으면 세후로 약 1천만 원 받는데, 같은 금액을 브라질 달러 채권 30년물(금리 7.1%)에 넣으면 연 약 7,100만 원을 비과세로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왜 이 채권을 인컴 자산의 핵심으로 꼽으셨는지 납득이 갔습니다.
'끈적한 인플레이션' 시대, 미국 장기국채의 함정
이 전략의 배경에는 명확한 거시경제 판단이 깔려 있었습니다. 핵심은 '끈적한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입니다. 과거 IT 버블,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처럼 충격이 올 때마다 연준이 금리를 제로로 내리고 양적완화를 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 30년 장기국채가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는 건데, 신환종 고문님은 이 공식이 더 이상 안 통한다고 하시더군요.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2008년 이후 도드-프랭크법 같은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 시스템이 훨씬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촉발했던 그램-리치-블라일리법 이후의 상업은행·투자은행 겸업 위험이 제도적으로 차단됐다는 거죠. 즉 예전 같은 은행 시스템 붕괴발 급격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많이 낮아졌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둘째, 각국 정부의 재정 확대가 물가를 밑에서 계속 받쳐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1960년대 미국이 베트남전 비용과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으로 돈을 많이 풀었고, 그게 바탕이 된 상태에서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방아쇠가 돼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다는 역사적 비유가 나왔는데, 지금도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과 계속되는 재정 확대가 물가 하방을 지지하고 있고, 이란 문제 같은 지정학 리스크가 언제든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미국 30년 장기국채가 주식과 같이 무너지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2022년엔 주식과 미국 장기채가 동시에 폭락하면서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가 크게 무너졌었죠. 대안으로 제시된 게, 미국 30년 장기국채를 갖고 있다면 이걸 '브라질 달러 채권(50%)'과 '미국 초단기 국채(50%)'로 나누는 바벨 전략이었습니다. 브라질 달러 채권이 인컴을, 초단기 국채가 유동성을 맡으면서 인플레이션에 취약했던 장기국채의 역할을 대체한다는 논리인데, 저도 이 조합이 꽤 합리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
신환종 고문님의 한국형 자산 배분은 단순히 이것저것 섞은 조합이 아니라, 토털 포트폴리오라는 방법론에 한국인만 누리는 브라질 달러 채권 비과세 혜택, 그리고 끈적한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시 판단까지 결합된 실전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산을 이름이 아니라 역할로 보는 시각 전환이 저한테도 꽤 인상 깊었는데, 다만 이건 제가 참고한 영상과 개인적인 해석을 더한 것이니, 실제 채권 투자나 세제 관련 결정은 반드시 본인 상황에 맞게 전문가와 상담해보시길 권합니다.
※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출처]
언더스탠딩 with 신환종 고문 / 3프로TV: https://www.youtube.com/watch?v=Bg73oIUSkv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