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개미들이 22조 넘게 사들이면 어느 정도 버텨주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코스피는 한 달 새 15.7% 빠졌고, 개인의 방어매수는 외국인 매도 폭탄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시장에서 수급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 나름대로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22조를 쏟아부어도 막지 못한 이유 — 방어매수의 한계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저가매수에 나서면 지수 하방을 어느 정도 지지해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급락장을 직접 관찰해 보니, 그 믿음이 조건부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상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였습니다.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보면, 7월 10일부터 8월 10일까지 코스피가 하락한 10거래일 동안 개인의 순매수액은 무려 22조 2495억 원에 달했습니다. 반면 외국인은 17조 1850억 원, 기관은 5조 5390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숫자만 보면 개인이 맞받아쳤다고 할 수 있지만, 지수는 그 기간 내내 밀렸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날은 지난달 28일입니다. 개인이 4조3152억원을 사들이는 동안 외국인은 4조 5009억 원을 던졌고,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84% 주저앉았습니다. 8월 3일에도 개인이 4조 6523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는 5.12% 하락했습니다. 숫자 규모가 비슷해도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방어매수(Defense Buying)의 구조적 약점
여기서 방어매수란 주가가 하락할 때 개인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를 목적으로 대규모 매수에 나서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더 싸질 때 사두자'는 심리에서 비롯된 집단 행동입니다.
이 전략이 효과를 내려면 한 가지 전제가 붙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미 꺾이거나 소화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반대로 외국인이 계속 물량을 던지는 국면에서 개인의 자금은 지수를 올리는 게 아니라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는 데 소진됩니다. 이른바 수급 불균형(Supply-Demand Imbalance) 상태인데, 여기서 수급 불균형이란 매도 주체와 매수 주체 간의 자금력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져 가격 결정력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번에 피부로 느낀 건, 개인의 저가매수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타이밍이 전부라는 점입니다. 외국인이 아직 매도를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의 매수는 손실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7.28: 개인 +4.3조, 외국인 -4.5조 → 코스피 -10.84%
- 8.3: 개인 +4.6조, 외국인·기관 -4.7조 합산 → 코스피 -5.12%
- 8.6: 개인 +3.3조, 외국인 -3.3조 → 코스피 -4.58%
- 7.31(반등일): 외국인 +7.2조 순매수 → 코스피 +17.91% 급등
지수를 쥔 건 결국 외국인 — 수급 불균형이 만드는 변동성
일반적으로 외국인 수급이 지수에 영향을 준다고는 알려져 있지만, 이 정도로 결정적일 줄은 몰랐습니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과거 10년간 코스피 상승률과 외국인 순매수 비율의 상관계수는 평균 0.7이었습니다(출처: 미래에셋증권). 여기서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란 두 변수가 얼마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1에서 1 사이의 수치로 나타내는 통계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함께 오르내린다는 의미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례적으로 이 상관계수가 0.2까지 떨어졌습니다.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지수를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개인 매수 강도가 둔화되면서 이 수치가 다시 올라가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움직이는 날이 곧 지수의 방향을 결정하는 날이 된 셈입니다.
거래량 위축이 변동성을 더 키운다
이번 장세에서 또 하나 확인한 건 거래량(Trading Volume)과 변동성의 역설적 관계였습니다. 거래량이란 특정 기간 동안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된 주식 수를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늘면 시장 참여자가 많아져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7월 24일 이후를 보면 정반대였습니다.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직전 대비 18.5% 줄어 3억 3950만 주로 쪼그라든 반면, 하루 평균 절대 등락률은 4.43%에서 4.92%로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거래량이 적으면 소수의 대형 매도 주체가 시장을 흔들기 더 쉬워집니다. 외국인이 대량 매도를 집행할 때 받아줄 유동성이 얕으니 가격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나는 구조입니다.
직접 관찰해 보니, 이런 장세에서 개인이 평소 방식대로 물타기를 하는 건 상당히 위험합니다. 외국인 수급의 방향성이 바뀌었는지,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지 않으면 매수 자금이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는 데 계속 소진될 수 있습니다. 저도 개미인지라 이 부분에서 마음이 급해진다는 걸 잘 알지만, 주식은 정말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개인 투자자가 22조나 샀는데 왜 코스피가 올라가지 않나요?
A. 일반적으로 대규모 매수가 들어오면 지수가 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 확인한 결과는 달랐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같은 규모 이상을 매도하면, 개인의 매수는 지수를 올리는 게 아니라 쏟아지는 물량을 받아내는 데 그칩니다. 수급 불균형 상태에서는 매수 주체의 자금력보다 매도 주체의 자금력이 더 크면 가격이 계속 밀립니다.
Q. 그럼 지금 저가매수 타이밍은 언제인가요?
A. 저도 같은 고민을 했는데, '싸 보인다'는 느낌만으로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외국인 순매수가 전환되고, 하루 평균 거래량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신호가 동시에 나타날 때 진입을 검토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지수가 더 떨어진다는 보장도 없지만, 수급 흐름을 먼저 확인하는 게 손실을 줄이는 방법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외국인이 사면 코스피가 무조건 오르나요?
A. 무조건은 아니지만, 상관관계가 매우 강한 건 사실입니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과거 10년 평균 상관계수가 0.7 수준입니다. 7월 31일 외국인이 7조2410억원을 순매수한 날 코스피가 17.91% 급등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다만 단기 외국인 매수가 지속될지는 별개 문제이므로, 방향 전환 여부를 추세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거래량이 줄었는데 왜 변동성은 더 커지나요?
A. 거래량이 줄면 시장의 유동성, 즉 매수·매도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깊이가 얕아집니다. 이 상태에서 외국인처럼 자금력이 큰 주체가 대량 매도를 집행하면 받아줄 물량이 없어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집니다. 7월 24일 이후 거래량이 18.5% 줄었는데 일평균 등락률은 오히려 올라간 게 이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제가 내린 결론
정리하면, 이번 급락장은 개인의 방어매수만으로는 외국인 매도세를 이겨낼 수 없다는 걸 숫자로 다시 증명한 사례입니다. 22조가 넘는 매수가 들어왔는데도 지수가 16% 가까이 빠진 건, 수급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이번 관찰에서 얻은 결론은 단순합니다. 외국인 순매수 전환 여부와 거래량 회복 신호를 확인하기 전에 섣불리 물타기에 나서는 건 자금을 외국인 매물받이로 쓰는 것에 가깝습니다. 저도 개미지만, 그렇기에 더 냉정하게 수급 지표를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걸 이번에 다시 새겼습니다. 싸 보인다는 느낌보다 외국인이 돌아섰다는 데이터가 먼저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