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약 50년간 유지해 온 어르신 교통 복지 제도를 전면 재편합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상향하는 동시에 버스비 지원을 새롭게 도입하여, 재정 건전성과 실질적 복지 효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모델이 탄생했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왜 바뀌나
서울시는 2025년 6월 13일 제7회 조례·규칙심의회를 개최하고, 어르신 교통비 지원을 포함한 조례·규칙 공포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이번 공포안은 제정과 개정을 합산해 조례 31건, 규칙 개정 7건에 이르는 대규모 제도 정비입니다. 그 핵심에는 현행 만 65세부터 적용되던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70세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노인 연령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자리합니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평균 71.6세로 조사됐습니다. 즉,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현행 제도는 이미 사회적 통념과 괴리가 생긴 셈입니다. 여기에 65세 이상의 경제활동 비중도 2000년 29.6%에서 2025년 40.7%로 급등하면서, 60대 후반은 더 이상 '비경제 활동 노인층'으로 일률적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대해 복지 후퇴라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은 정책이 단순히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만 움직인다고 가정할 때 나오는 반응입니다. 실제로는 줄어드는 지하철 무임 수혜를 버스비 지원이라는 새로운 축으로 보완하는 구조가 함께 설계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복지 축소가 아니라 복지 재설계에 가깝습니다.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조정할 경우 연간 약 572억 원의 운임 수입 증가가 이뤄질 전망이며, 이 재원이 새로운 버스 지원 체계의 기반이 됩니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복지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동시에 추구한 것입니다.
버스비 지원 확대, 이동 패턴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전략
이번 개편의 또 다른 축은 서울시에 주소를 둔 70세 이상 어르신의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 요금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의 제정입니다. 지하철에 편중되었던 어르신 교통 복지를 버스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수혜 대상 축소가 아닌 복지 영역의 전략적 재배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은 실제 이동 패턴 데이터에 의해 강력하게 뒷받침됩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버스 이용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됩니다. 65~69세의 버스 이용 비율은 12.8%에 불과하지만, 70~74세는 16.0%, 75~79세는 21.3%, 80~84세는26.9%로 꾸준히 상승합니다. 85~89세에는 32.9%, 90세 이상은 무려 37.8%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즉, 나이가 들수록 지하철보다 버스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것입니다.
기존의 지하철 중심 무임 정책이 실제 고령층의 이동 패턴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70세 이상 어르신의 월 15회 미만 버스 이용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연간 약 525억 원으로 예상됩니다. 지하철 무임 연령 상향으로 확보되는 572억 원과 비교하면, 재정 증가분으로 새로운 버스 지원 체계를 거의 상쇄하는 수준입니다. 이는 서울시가 예산을 단순히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의 질적 전환을 위해 재투자하는 구조를 설계했음을 의미합니다. 버스비 지원은 실제 이동 수요가 높은 고령층에게 더욱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교통 사각지대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복지 효율성을 높인 서울시 교통 개편, 지속 가능한 복지 모델인가
이번 서울시 교통 복지 제도 개편을 두고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 개념은 바로 복지 효율성입니다. 복지 제도는 단순히 많이 지출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극대화되지 않습니다. 진정한 복지 효율성이란 한정된 재원을 실제 수혜가 필요한 계층에게, 그들의 실제 생활 패턴에 맞게 배분할 때 발휘됩니다.
서울시는 이번 개편에서 바로 그 점을 정교하게 포착했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고 이동성이 높은 65~69세 연령층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왔습니다. 반면 이동이 더 어렵고 버스 의존도가 높은 75세 이상, 80세 이상의 초고령층은 정작 자신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버스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해 왔습니다. 이번 개편은 이 구조적 역설을 교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 개편은 60대 후반의 사회경제적 현실 변화를 복지 제도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시대적 의미도 갖습니다. 경제활동 비중이 40.7%에 달하는 65세 이상 인구를 획일적으로 복지 수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취약계층에게 자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는 복지의 보편성과 선별성 사이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중요한 시도입니다.
물론 시행 이후에도 점검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버스비 지원의 적용 범위와 월 15회라는 이용 상한이 실제 이동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는지, 65세에서 70세 사이 연령층의 교통비 부담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전환 시기를 어떻게 관리할지, 서울시 외 타 광역 지자체와의 정책 연계 문제 등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서울시의 시도는 고령화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복지 모델의 방향성을 제시한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됩니다.
서울시의 이번 어르신 교통 복지 제도 개편은 복지를 줄이는 것이 아닌 더 정교하게 재설계하는 시도입니다. 무임승차 연령 상향이라는 재정 건전화 조치와 버스비 지원 확대라는 복지 효율성 제고 전략을 결합한 이 모델은, 급격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참고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복지 운영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출처]
매일경제 / 지하철 70세부터 공짜되는데…어르신들 오히려 좋아하는 이유: https://www.mk.co.kr/news/society/12096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