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몇 달째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정부의 부동산 금융 규제가 실수요자 보호와 가계부채 관리 사이에서 얼마나 어려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마침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나온 네 가지 쟁점을 다룬 자료를 봐서 정리해봤습니다.

청년 대출 규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막고 있는 걸까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집값은 이제 평범한 청년의 소득만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고 합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대열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은 "부모 등의 자산 지원 여부에 따라 청년층의 주택 구매 가능성이 갈리고 있으며,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 발언의 핵심은 현행 LTV·DSR 일률 규제가 고소득 청년이라도 아직 자산이 부족하면 주택 구매를 사실상 막는 구조를 만든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서 2025년 2분기 주택을 산 2030세대의 취득 자금을 분석해보니 '증여와 가족 차입' 비중이 22.6%로 가장 컸다고 하니, 내 집 마련이 이제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자산의 문제'가 됐다는 게 통계로도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시각을 내놓았습니다. "대출 규제 완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금융지원을 늘리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청년층 지원 정책이 의도치 않게 '영끌' 수요를 자극해서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죠.
이 쟁점은 단순한 대출 한도 조정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청년층을 모두 똑같은 '실수요자'로 분류해서 일괄 지원하면, 부유한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을 동시에 수혜자로 만들어서 오히려 자산 격차를 왜곡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소득·자산 요건을 정밀하게 따지는 핀셋형 검증이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대출 규제는 돈 있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안 되지만, 대출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는 청년층에게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 자체를 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의 정밀도가 중요해 보입니다.
전세대출, 주거 복지일까 갭투자의 땔감일까
전세대출 관리 문제도 한국 부동산 구조의 오래된 고민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쟁점인 것 같습니다. 토론회에서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전세대출 대부분은 정부 보증을 낀 보증부 대출이며, 가격 상승 부담이 분명히 있는 만큼 취약계층에게만 한정해서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김원장 삼프로TV 부사장은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전세대출은 확대하면 확대했지, 묶거나 축소하면 안 된다. 임대주택 재고율이 6~7%인 나라에서 전세대출이 주거복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고 합니다.
양쪽 주장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어 보였습니다. 전국 임대주택 재고율이 6~7%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전세대출을 갑자기 줄이면 무주택 서민층이 고금리 월세로 내몰리는 주거 불안이 바로 생길 수 있습니다. 전세 제도는 오랫동안 정부가 임대주택 부족을 메우는 수단으로 활용해온 '주거 사다리'였으니까요.
그런데 보증부 전세대출이 커질수록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이게 다시 매매가를 받쳐주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지적도 무시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전세대출이 쉬워질수록 전셋값이 오르고, 이게 갭투자 수익성을 높여서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구조라는 거죠.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설계된 제도가 오히려 집값 상승의 연료가 되는 역설이 생기는 셈입니다.
이 딜레마의 해법으로는 취약계층 중심의 표적 지원으로 전환하는 방향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고 합니다. 모든 무주택자에게 똑같은 조건의 보증부 전세대출을 주는 방식 대신, 소득 분위와 자산 현황에 따라 지원 수준을 차등화하는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거죠.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근본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어떤 방향을 택하든 어느 정도 부작용이 불가피한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주비 대출과 가계부채 규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이주비 대출 규제와 가계부채 총량규제 문제는 부동산 금융 규제의 구조적 한계를 제일 선명하게 보여주는 쟁점인 것 같습니다. 이주비 대출은 재개발·재건축으로 기존 주택이 철거될 때, 새집이 지어질 때까지 조합원들이 인근 주택에 거주하기 위해 받는 대출인데, 예전에는 고가주택의 경우 인근 전세 시세에 따라 10억 원을 넘는 대출도 가능했지만 정부 규제로 6억 원까지 낮아졌다고 합니다.
이대열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은 "이주비 부담분은 결국 조합원 분담금에 반영되고, 이는 일반 분양가에 반영된다. 이주비 대출은 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비 성격이 크기 때문에 가계대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주비 지연으로 늘어난 금융비용과 관리비가 결국 신규 아파트 일반 분양가 상승으로 전가된다는 논리인데, 중장기 주택 공급을 위한 정비사업을 가계부채 총량규제로 억누르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경고인 것 같습니다.
반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대출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이주비 대출 한도 확대의 혜택이 강남 등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이주비로 10억 원이 필요한 지역은 대부분 강남 일대 고가 재건축 단지라, 한도를 늘리면 부유층 조합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양극화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거죠.
가계부채 총량규제와 관련해서는 서영수 SK증권 상무가 "가족 간 대여금과 직장 대출 등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총량규제만으로는 이를 막기 어렵다. 이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모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김미루 KDI 박사도 총량규제는 단기적으로는 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는데,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1.5% 이내로 묶는 방식이 결국 대출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는 계층에게만 불이익을 주는 구조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이 두 쟁점을 종합해보면, 단기적인 총량 억제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 능력을 엄밀하게 평가하는 DSR 중심 체계로 전환하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정비사업의 사업비 성격 대출과 개인 소비성 주택 구매 대출을 좀 더 정밀하게 나눠서, 규제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같이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
주택금융 규제는 청년층 대출 지원, 전세대출 관리, 이주비 규제, 가계부채 DSR 전환이라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걸 이번에 새삼 느꼈습니다. 어느 하나를 풀면 다른 하나가 조여드는 트레이드오프 구조라, 답은 일률적 규제가 아니라 대상별·목적별 정밀 설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중심에는 청년층의 주거 현실이 놓여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디그(MK) — 집이 비싸네, 일단 토론을 해보자: https://dig.mk.co.kr/Digging/Digging.html?id=10317&sort=de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