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분기 만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이 동시에 흑자를 냈습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셋이 한꺼번에 흑자라니 싶었거든요. 하지만 숫자를 뜯어볼수록 "버텨낸 것"과 "완전히 살아난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점점 짙어졌습니다.

캐즘 속 흑자, 어떻게 버텼나
2025년 2분기 실적을 보면 LG에너지설루션은 매출 7조 5,602억 원에 영업이익 1,133억 원, 삼성 SDI는 매출 3조 7,688억 원에 영업이익 2,038억 원, SK온은 매출 2조 9,460억 원에 영업이익 8,21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수치만 보면 꽤 선방했다 싶은데, 제가 각 사의 사업보고서와 공시 자료를 훑어보며 느낀 건 이 흑자의 결이 회사마다 꽤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핵심 키워드는 AMPC(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입니다. 여기서 AMPC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북미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할 때 정부가 세액공제 형태로 지원해 주는 보조금 제도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번 분기에 AMPC 수령액이 영업이익 전체를 웃돌았다는 점입니다. 즉, 보조금을 빼면 본업에서는 여전히 적자 구조라는 뜻이죠. 제가 직접 수치를 역산해 보니 LG에너지설루션의 '본업 이익'은 마이너스였습니다. 이걸 두고 온전한 턴어라운드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SK온은 방식이 좀 달랐습니다. 지난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SK엔무브 등을 잇달아 합병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먼저 확보했고, 올해 2분기에는 포드와의 블루오벌SK 합작 법인을 정리하고 테네시 공장을 단독 운영으로 전환했습니다. 합작 법인 정리에 따른 비경상적 이익이 실적에 반영된 만큼, 이 역시 일회성 요인을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아시아 지역 판매 확대와 꾸준한 원가 절감이 더해진 점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체질 개선 효과가 분명히 섞여 있다고 봤습니다.
삼성 SDI는 세 곳 중 이번 흐름이 가장 자연스럽게 보였습니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미국 GM 합작공장과 헝가리 공장 증설, 전고체 배터리 라인 등에 과감히 투입했고, 유럽 전기차용 고출력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 판매 증가가 실적을 끌어올렸습니다. 미래를 위한 자금을 쓰면서도 수익성을 챙긴 구조라 눈에 띄었습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각 사 분기보고서를 직접 확인해 보시면 이 흐름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 LG에너지솔루션: AMPC 보조금 방어막 + 전기차 라인의 ESS 전환 + 북미 공장 가동률 제고
- SK온: 합병을 통한 현금흐름 확보 + 합작 법인 정리 + 아시아 판매 확대
- 삼성SDI: 유상증자 재원의 미래 투자 + 유럽 고출력 배터리 및 ESS 판매 증가
ESS 전략, 보조금 착시를 넘을 수 있을까
배터리 3사가 하반기 공통적으로 꺼내 든 카드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 확대입니다. 여기서 ESS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거나, AI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소비가 많은 시설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대형 배터리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제가 이 시장의 성장 속도를 지켜보면서 느낀 건, 전기차보다 수요 사이클이 훨씬 안정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전기차는 소비자 심리에 민감하게 흔들리지만, AI 데이터센터발 ESS 수요는 설비투자 계획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 자체가 다릅니다.
LG에너지설루션은 이미 지난 5월과 6월, 북미 GM 합작 2 공장과 혼다 합작법인에서 ESS 라인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하반기에는 ESS 생산량을 상반기 대비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하는데, 전기차 전용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제 예상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라인 유연화(제조 공정을 제품에 따라 유연하게 전환하는 것)가 이 정도 수준이면 전기차 수요가 더 둔화돼도 공장 가동률을 어느 정도 지탱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삼성 SDI는 오는 10월 미국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합니다. LFP 배터리란 리튬·인산·철을 양극재로 쓰는 배터리로, 삼성 SDI의 주력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수명이 길어 대용량 ESS에 적합합니다. 이미 2029년까지 상당 부분의 생산 능력을 수주 물량으로 채워뒀다고 하니, 삼성 SDI 입장에서는 ESS가 단순한 보조 사업이 아닌 주력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출처: IEA(국제에너지기구) — Batteries and Secure Energy Transitions 보고서에서도 글로벌 배터리 ESS 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이 시장이 결코 작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SK온은 상대적으로 ESS 시장 진입이 늦었습니다. 국내 서산 공장과 미국 공장의 기존 전기차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4분기부터 실적 기여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를 잡았고,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20GWh 이상의 수주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보다 공격적인 수치입니다. 단, 후발 주자인 만큼 초기 수주 단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수익성이 얼마나 나올지는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봤습니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미·중 갈등과 IRA 정책 불확실성입니다. AMPC 보조금 구조가 미국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조금 착시 효과에 안주하는 순간 다시 깊은 적자로 빠질 수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처럼 차세대 기술격차를 유지하면서 ESS라는 새 수익축을 실질 이익 기반으로 키워내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배터리 3사의 하반기가 전기차 시장 회복보다 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터리 3사가 7개 분기 만에 동반 흑자를 낸 이유가 뭔가요?
A. 한마디로 "버티면서 체질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합병이나 합작 법인 정리로 재무 부담을 줄였으며, 북미 IRA 보조금(AMPC)을 적극 활용해 고정비 충격을 상쇄했습니다. 다만 이 세 가지 요인이 섞여 있어 본업 경쟁력만으로 흑자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전기차 캐즘이 끝난 건가요?
A.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흑자는 전기차 수요가 회복돼서라기보다, 각 사가 ESS와 원가 절감으로 버텨낸 결과에 가깝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AMPC를 제외하면 본업 적자가 여전하고, 전기차 시장의 본격 반등 시점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Q. ESS 시장이 왜 갑자기 뜨는 건가요?
A.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가장 큰 배경입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데, 재생에너지와 ESS를 결합하는 방식이 비용과 탄소 감축 두 측면에서 유리해지고 있습니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ESS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 전기차 이후의 생존 시장으로 주목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Q. AMPC 보조금이 사라지면 배터리 회사들 다시 적자 나는 거 아닌가요?
A. 이게 제가 가장 걱정하는 지점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처럼 AMPC가 영업이익 전체를 웃도는 구조라면, 미국 정책이 바뀌는 순간 본업 적자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ESS 수익축을 빠르게 키우고, 전고체 배터리처럼 기술 경쟁력을 쌓아두는 것이 보조금 리스크에 대한 실질적인 방어책이 될 것 같습니다.
결론
7개 분기 만의 동반 흑자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수년간 이어진 라인 유연화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그리고 때로는 고육지책에 가까운 사업 재편이 한꺼번에 숫자로 드러난 결과라고 봤습니다. 제가 직접 각 사의 공시 자료를 뜯어보며 느낀 건, 이번 흑자를 "살아남은 증거"로 읽는 것이 맞고, "완전히 회복했다"는 신호로 읽으면 위험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보조금 착시를 걷어낸 뒤에도 이익이 나는 구조를 만드는 것, AI 데이터센터발 ESS 수요를 실질적인 제2 수익축으로 정착시키는 것, 그리고 전고체 배터리처럼 차세대 기술격차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하반기를 결정할 세 가지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배터리 3사의 하반기 실적을 지켜볼 때 이 세 가지 기준을 함께 확인해 보시면 흑자의 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훨씬 선명하게 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