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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RA 계좌 (비과세 허점, 초부유층 절세, 조세 형평성)

by MoneyLabAI 2026. 8. 2.

솔직히 저는 비과세 계좌가 이 정도 위력인 줄 몰랐습니다. 개인연금과 ISA를 몇 년째 굴리면서 과세 이연 효과가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체감하고는 있었는데, 미국 초부유층이 IRA 한 계좌로 수천억 원대 차익을 완전히 비과세로 챙긴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서는 그 인식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일반 근로자의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설계된 제도가 어떻게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 데이터를 따라가며 짚어보았습니다.

IRA 계좌


비과세 허점 — 숫자가 말해주는 IRA의 두 얼굴

미국의 개인퇴직계좌(IRA)는 한국의 개인형 퇴직연금(IRP)이나 ISA 계좌와 비슷한 성격입니다. 여기서 IRA란 근로자가 은퇴 후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장기 저축·투자 계좌를 의미합니다. 납입금이나 투자 수익에 대해 일정 시점까지 과세를 미루거나 아예 면제해주는 구조인데, 이 '비과세 이연'이라는 메커니즘이 어마어마한 복리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문제는 이 혜택의 수혜 폭이 지나치게 불균등하다는 데 있습니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출처: Joint Committee on Taxation)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IRA 잔액이 2,500만 달러(약 365억 원) 이상인 자산가가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2019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IRA와 기업형 퇴직연금인 401(k)를 합산해 1억 달러(약 1,463억 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도 200여 명에 달합니다. 여기서 401(k)란 기업이 근로자를 위해 운영하는 퇴직연금 적립 계좌로, IRA와 함께 미국 노후 자산의 양대 축을 이루는 제도입니다.

이 숫자들이 충격적인 이유는 비교 대상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평균 가구의 IRA 잔액은 약 26만 8,300달러(약 3억 9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로블록스 창업자 그레고리 바주키는 상장 전 주당 72센트에 불과하던 로블록스 주식 약 200만 주를 IRA에 편입해 잔액을 최소 6,800만 달러(약 995억 원)로 키웠습니다. 평균 가구 대비 약 250배입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출신인 텐치 콕스 엔비디아 이사는 IRA 계좌 내에서 엔비디아와 스노플레이크 주식을 운용해 20억 달러(약 2조 9천억 원) 이상의 자산을 축적했고, 계좌 내 매각 과정에서 약 4,000만 달러(약 585억 원)의 세금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직접 IRP와 ISA를 운용해본 경험상, 비과세 계좌 안에서 자산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가 붙지 않는 구조의 위력은 분명히 실감됩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수백억 원 단위로 증폭되려면, 결국 편입 자산의 '초기 저평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비상장 스타트업 주식처럼 공정 시장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자산을 극도로 낮은 가격에 계좌에 담고, 상장 이후 급등한 차익 전체를 비과세로 챙기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이 바로 공정 시장 가치(FMV, Fair Market Value)입니다. FMV란 거래 쌍방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자유롭게 거래할 때 형성되는 자산의 적정 가격을 뜻하는데, 비상장 자산은 이 FMV 산정 자체가 자의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 제도적 허점의 출발점입니다.

  • IRA 잔액 2,500만 달러 이상 자산가: 2024년 말 기준 1,000명 초과 (2019년 대비 2배 이상)
  • IRA + 401(k) 합산 1억 달러 이상 보유자: 약 200명 추산
  • 그레고리 바주키 IRA 잔액: 최소 6,800만 달러 (미국 평균 가구 대비 약 250배)
  • 텐치 콕스 절세 금액: 약 4,000만 달러 (엔비디아 주식 계좌 내 매각 시점 기준)
  • 핵심 전략: 비상장 주식을 초기 저평가 시점에 편입 → 상장 후 차익 전액 비과세
요약: IRA의 비과세 이연 구조는 비상장 주식의 FMV 저평가 편입 전략과 결합할 때 수천억 원대 세금 절감으로 증폭되며, 이는 일반 근로자와의 제도 활용 격차를 수백 배 이상으로 벌려놓습니다.

 

초부유층 절세와 조세 형평성 — 제도가 설계를 배신할 때

이 구조를 처음 파악했을 때 솔직히 기가 막혔습니다. 제가 ISA 계좌에서 ETF 배당금에 붙는 세금을 아끼려고 납입 한도를 꼼꼼히 따지는 동안, 같은 비과세 계좌 안에서 수천억 원의 차익이 아무런 과세 없이 굴러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동일한 제도라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제도는 같은데, 활용의 정교함이 결과를 하늘과 땅 차이로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기업 세법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은퇴 후 생계비 마련을 넘어 요트를 사거나 부를 대대로 세습하는 수단으로의 전락"이라고 표현합니다. 조세 회피(Tax Avoidance)와 탈세(Tax Evasion)는 엄연히 다릅니다. 조세 회피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줄이는 합법적 행위를 뜻하고, 탈세는 법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입니다. 이 사례들은 기술적으로는 합법적 조세 회피에 해당하지만, 제도의 입법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제도를 설계할 때 상정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혜택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제도적 허점 공략'입니다.

최근 미 정치권도 이에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론 와이든 상원의원과 리처드 닐 하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퇴직계좌 잔액이 1,000만 달러를 초과하면 나이와 관계없이 매년 일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인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출처: U.S. Senate Finance Committee). 의무 최소 인출(RMD, Required Minimum Distribution)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인데, RMD란 세제 혜택 계좌에 자산이 무한정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연령 이후 매년 최소한 일정 금액을 인출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입니다. 현행 규정의 맹점을 보완하려는 시도지만, 비상장 자산의 FMV 산정 기준 강화나 편입 가능 자산 종류 제한 같은 근본적인 규제 없이는 반쪽짜리 개선에 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계좌'로 불리는 아동용 IRA 형태의 장기 저축 계좌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만 18세 미만 자녀 명의로 매년 최대 5,000달러를 납입하고, 18세 이후 로스 IRA(Roth IRA)로 전환하면 이후 수십 년간 비과세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로스 IRA란 납입 시점에 세금을 내는 대신 이후 운용 수익과 인출 시 세금을 면제해주는 방식의 계좌입니다. 금융 칼럼니스트 브렛 아렌즈는 18세 이후 즉시 사용할 필요가 없는 가정이라면 충분히 납입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는데, 이 역시 장기 복리 효과를 세대 단위로 이어가는 절세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제도 활용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제도의 파급력은 항상 '시간'과 '초기 자산 규모'가 결정합니다. 일반 근로자가 ISA나 IRP에 적립하며 얻는 비과세 혜택과, 초기 가치가 0에 가까운 비상장 주식을 계좌에 담아 상장 차익 전체를 면세로 가져가는 전략의 결과 차이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무엇을 담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무엇'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극도로 제한적이라는 점이 조세 형평성 논쟁의 핵심입니다.

요약: 초부유층의 IRA 활용은 합법적 조세 회피의 범주에 있지만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벗어나며, 비상장 자산 편입 기준과 RMD 규정의 근본적 재설계 없이는 조세 형평성 문제가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IRA 계좌 안에서 주식을 팔면 정말 세금이 하나도 안 붙나요?

A. 계좌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전통 IRA(Traditional IRA)는 인출 시점에 소득세가 부과되고, 로스 IRA(Roth IRA)는 납입 시 세금을 낸 대신 이후 운용 수익과 적격 인출 시 세금이 면제됩니다. 계좌 안에서 자산을 매각하고 재투자하는 과정에서는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유리한 구조입니다.

 

Q. 한국의 ISA나 IRP도 미국 IRA처럼 악용될 수 있지 않나요?

A. 한국의 ISA와 IRP는 편입 가능한 자산 종류가 법령으로 비교적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비상장 주식을 직접 담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초기 저평가 자산을 편입한 뒤 상장 차익을 비과세로 챙기는 미국식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다만 비과세 혜택의 설계 방식이 자산 규모에 따라 수혜 폭이 달라진다는 근본적인 특성은 동일하게 존재합니다.

 

Q. 트럼프 계좌는 어떤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유리한가요?

A. 자녀가 18세 이후 적립금을 바로 쓸 필요가 없고, 장기적으로 로스 IRA로 전환해 수십 년간 비과세 운용이 가능한 가정에게 유리합니다. 다시 말해 단기 자금 수요가 없는 고소득층 가정일수록 복리 효과가 극대화되는 구조입니다. 전환 시점에 투자 수익에 대한 소득세는 발생하지만, 이후 수십 년간의 비과세 성장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습니다.

 

Q. 미국에서 IRA 규제 법안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이 있나요?

A. 현재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논의 중이지만, 의회 통과까지는 정치적 변수가 많습니다. 제도의 허점을 인지하는 진영과 자산가의 투자 자유를 옹호하는 진영 간의 입장 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비상장 자산의 공정 시장 가치(FMV) 산정 기준 강화나 편입 자산 제한 같은 세부 규정까지 개정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제가 이 사례들을 들여다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제도의 공정성이란 규칙의 문자가 아니라 그 규칙에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로 판가름 난다는 점이었습니다. IRA라는 제도 자체는 동일한데, 비상장 주식의 초기 지분에 접근할 수 있는 창업자나 VC 출신 인사와 월급의 일부를 꼬박꼬박 납입하는 일반 근로자가 같은 비과세 혜택을 누린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

조세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의무 최소 인출(RMD) 규정 강화나 편입 자산 종류 제한은 최소한의 보완 조치입니다. 비과세 계좌를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이 사례가 단순한 미국 부자들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도록 한국의 ISA와 IRP 제도도 같은 시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도의 허점은 언제나 가장 정교한 활용자 쪽으로 혜택이 쏠리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https://v.daum.net/v/2026072520120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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