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에 투자하는 미성년자가 30만 명을 넘을 만큼 청소년 투자 열풍이 거센 지금,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 제도는 공정성과 실효성이라는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 앞에 놓여 있습니다. 과연 지금의 과세 체계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가상자산 과세 형평성 논란
청소년들의 투자 열풍은 주식과 ETF를 넘어 가상자산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만 19세가 되는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제도가 바로 가상자산 과세입니다. 정부는 250만 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투자 이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22%의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과세 방침이 심각한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식, 채권, 펀드 등 전통적인 금융 자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려 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 대해서만 22%의 세금을 거두겠다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명백한 역차별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의 반발은 감정적인 저항이 아니라 논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습니다. 금투세가 폐지된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자본시장의 위축과 투자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가 가상자산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은 지극히 타당합니다. 동일한 투자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자산의 종류에 따라 과세 여부가 갈린다면, 이는 조세 중립성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보고서를 통해 "금투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별도로 도입하는 문제는 단순히 시행 시기를 정하는 수준을 넘어 과세 근거와 체계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명확히 지적했습니다. 즉, 지금의 과세 논의는 '언제 시행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어떻게 과세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과세 폐지 청원이 공개 8일 만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단순한 세금 거부 반응이 아니라 제도적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테이킹·에어드롭, 가상자산 고유 특성을 무시한 행정 편의 과세
가상자산 과세 논란에서 빠지지 않는 또 다른 핵심 쟁점은 바로 가상자산이 가진 고유한 특성들을 현행 과세 체계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테이킹(Staking)과 에어드롭(Airdrop)입니다.
스테이킹은 보유한 코인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맡기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방식입니다. 이는 은행에 예금을 맡기고 이자 수익을 얻는 구조와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그런데 은행 이자소득에 적용되는 세율과 스테이킹 수익에 적용되는 세율이 다르다면, 같은 경제적 실질을 가진 행위에 대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됩니다. 이는 과세의 일관성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에어드롭은 더욱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에어드롭은 주로 마케팅 목적으로 특정 코인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방식인데, 수령 시점에 해당 코인의 시장 가치가 명확하지 않거나 유동성이 극히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공짜로 받은 코인의 가치를 정확히 매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과세 기준 시점을 수령 시점으로 볼 것인지, 매각 시점으로 볼 것인지조차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이처럼 스테이킹, 에어드롭을 비롯한 다양한 가상자산 고유의 특성들은 전통 금융 자산의 틀로는 온전히 해석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하나의 획일적인 과세 기준으로 묶으려는 시도는 결국 과세 편의를 위해 경제적 실질을 왜곡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가상자산 생태계의 다양한 수익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각 유형별로 합리적인 과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해외 거래소·개인 지갑 우회와 자본 유출 리스크
가상자산 과세의 세 번째 핵심 쟁점은 과세 인프라의 현실적 한계, 그리고 이로 인해 가속화될 수 있는 자본 유출 문제입니다. 주식 시장은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 등을 통해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은 구조적으로 이와 다릅니다.
국내 거래소는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아 이용자의 거래 내역을 보고하지만, 해외 거래소는 한국인 투자자의 거래 기록을 한국 정부에 제공할 의무가 없습니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의 거래 내역을 정부가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개인 지갑을 이용한 거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지갑은 별도의 개인정보 없이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정부가 지갑 소유자를 특정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이 같은 과세 인프라의 공백은 결국 국내 거래소를 성실하게 이용하는 투자자에게만 세금이 집중되는 역차별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되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거래소를 이탈해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이동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고, 이는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위축과 자본 유출이라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가를 넘어 가상자산을 거래할 때 이를 사전에 등록하고 한국은행에 거래 내역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입니다. 이 법안을 통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의 거래 내역도 일정 부분 파악할 수 있게 되어, 투자자의 해외 이탈을 억제하고 국내 산업 위축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환거래법 개정만으로 자본 유출 리스크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 지갑 거래에 대한 추적 수단은 여전히 미비하고,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통한 거래는 사실상 포착이 불가능합니다. 성실하게 법을 지키는 투자자만 세금을 내고, 이를 우회하는 투자자는 세금 부담에서 자유로운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이는 조세 정의와 시장 신뢰 모두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가상자산 과세는 시행 여부를 떠나, 과세 형평성·자산 고유 특성 반영·과세 인프라 완비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제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금투세 폐지 이후에도 가상자산에만 22%를 부과하는 현 방식은 역차별이며, 스테이킹·에어드롭 등의 특성과 자본 유출 리스크를 외면한 성급한 시행보다 과세 체계 전반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먼저입니다.
[출처]
매일경제 / 김덕식 기자·김혜지 인턴기자: https://www.mk.co.kr/news/economy/12096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