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15억 원 아파트와 50억 원 아파트, 가격 차이는 3.3배지만 보유세 격차는 무려 15.6배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확인했을 때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추가 인상을 밀어붙이는 논리가 데이터 앞에서 얼마나 허약한지, 직접 수치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유튜브 댓글 투표로 세금 정책을? — 누진세율의 진짜 민낯
국무회의 생중계 도중 유튜브 댓글 투표로 초고가 주택 보유세 인상 찬반을 물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가 먼저 한 일은 현행 보유세 구조를 직접 뜯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정부 측은 참여자의 90% 이상이 찬성했다는 결과를 정책 근거로 내세웠는데, 수천 명 수준의 온라인 반응을 전체 국민의 뜻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행 보유세 구조를 보면, 1 주택자 기준으로 시세 약 15억 원(공시가격 약 8억 원) 아파트의 연간 재산세는 약 120만 원 수준입니다. 반면 시세 50억 원(공시가격 약 29.6억 원) 아파트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합산하면 약 1,980만 원에 달합니다. 여기서 종합부동산세란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재산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국세로, 흔히 '부유세'의 성격을 띱니다.
주택 가격은 3.3배 높은데 세금은 15.6배 높습니다. 이미 자산 가치 상승분을 훌쩍 넘는 누진세율(Progressive Tax Rate)이 적용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누진세율이란 과세 기준이 높아질수록 세율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를 말하는데, 현행 체계만으로도 고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이미 가파르게 쌓이고 있습니다.
시세 50억 원 이상 아파트는 전국 약 2만 6천 세대로, 전체 세대수의 0.1%에 불과하고 전량 서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출처: 시사매거진). 0.1%를 향한 징벌적 과세가 단기적인 여론 결집에는 효과적일 수 있어도, 조세 정책이 갖춰야 할 예측 가능성과 합리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세금은 결국 누구에게 가는가 — 조세 전가와 트리플 강세의 현실
경제학에서 조세 전가(Tax Incidenc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세금 부담이 처음 납세 의무자에게만 머물지 않고, 시장 내에서 가장 협상력이 약한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원리를 교과서에서 처음 배웠을 때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졌는데, 최근 임대차 시장을 직접 들여다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고 대출 문턱을 높이자, 매매 시장 거래가 급감하면서 매물이 잠겼습니다. 내 집 마련 경로가 좁아진 무주택자들이 전·월세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현재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리플 강세란 매매가, 전세가, 월세가 세 시장이 동반 상승하는 상태를 가리키는데, 이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자산이 없는 임차인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세입자들은 폭등한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 외곽과 수도권 원거리로 밀려나는 이른바 '전세 감옥' 상황에 처하고 있습니다. 0.1%를 겨냥해 던진 세금의 파편이 결국 협상력이 가장 낮은 서민 임차인에게 귀결되는 구조입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시장은 규제의 의도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이 그 전형적인 사례로 보입니다.
핵심 피해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다주택자·고가 1주택자 → 보유세·종부세 중과로 세 부담 급증
- 매물 잠김 → 매매 거래 절벽, 실수요자 내 집 마련 경로 차단
- 무주택자 전·월세 시장 집중 → 전세가·월세 동반 급등
- 임대료 인상 → 조세 전가로 최종 부담이 세입자에게 귀결
-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세입자 → 폭등한 보증금으로 외곽 이주 강제
대출 통계의 착시와 공급 확대, 그래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를 이유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줄인 조치도, 직접 통계를 분해해보고 나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겼습니다. 최근 가계대출 급증을 이끈 주범은 주담대가 아니라 마이너스 통장 같은 기타 대출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반대매매 대응 자금으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수조 원 이상 급증한 반면, 실수요자들의 일반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은 오름세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흐름이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그럼에도 일률적인 대출 총량 규제가 적용되면서, 정작 실거주 목적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2030 청년층과 무주택 실수요자의 금융 사다리만 끊겼습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과 정책이 향한 방향이 어긋난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징벌적 과세나 일률적인 대출 규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에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정비사업 활성화, 즉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는 한 수요를 압박하는 규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습니다. 관련 데이터를 오랫동안 들여다본 결론은 단순합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세금으로 덮으려 하면, 결국 가장 약한 고리인 서민 주거 안정이 흔들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고가 주택 보유세를 올리면 집값이 내려가나요?
A. 단기적으로 매도 압력이 생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났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감수하고 버티거나, 임대료를 올려 세 부담을 전가하기 때문입니다. 조세 전가 원리상 세금 인상이 반드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Q.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재산세는 지방세로 모든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되고, 종합부동산세는 국세로 일정 공시가격 이상의 부동산 보유자에게 추가로 부과됩니다. 시세 50억 원 아파트의 경우 두 세금을 합산하면 연간 약 1,980만 원에 달해, 이미 강력한 이중 부과 구조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Q. 트리플 강세가 서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면 자산이 없는 무주택자는 선택지가 모두 막히게 됩니다. 전세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원거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어,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직장·학교 접근성도 떨어지는 이중 피해를 입습니다.
Q. 대출 총량 규제가 왜 실수요자에게 더 불리한가요?
A. 규제의 원인이 된 기타대출(마이너스 통장) 급증은 주로 주식 투자 관련 자금 수요였는데, 일률적인 한도 축소로 실거주 목적의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까지 함께 막혔기 때문입니다. 투기 자금과 실수요 자금을 구분하지 않은 규제 설계가 핵심 문제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
0.1%를 겨냥한 세제 공격이 단기 정치적 효과를 낼 수는 있어도, 그 청구서는 결국 전·월세 시장에서 서민들이 받아 들게 됩니다. 이번에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보며 절감한 것은, 감정적 과세와 일률적 규제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먼저 끊는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실질적 주택 공급 확대, 그리고 대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한 맞춤형 정책 설계입니다.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의 흐름이 궁금하다면,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통계와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향을 함께 살펴보시면 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sis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8522